30대로 들어서면서 부쩍 젊었던 날(?)에 대한 향수가 진하게 밀려오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지나고 보면 다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추억들이라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대학 다닐 때가 참 좋았었지 싶다.
주말에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을 보다가 갑자기 든 옛날 생각 하나.
정웅인하고 최진실이 어색하게 밥을 먹는 장면을 보니 대학 때 하숙하던 생각이 나더라. 난 대학 4년 내내(대학 졸업하고도 반년은 서울에 있었으니 4년 반이라 해도 되겠다.) 하숙을 했다. 자취를 하면 아마 굶어 죽으리라는 온 가족의 합의 하에 -_- 당연히 하숙을 하게 되었는데 첫 하숙집에서 1학년 1학기까지인가 있었고 그 첫하숙집 아줌마의 친구분이 또 하숙을 하셨는데 그 하숙집으로 옮겨서 대학 졸업할 때까지 있었다. 두 하숙집 모두 대량으로 하숙을 하시는 분이 아니고 일반 가정집 분위기여서 나름대로 가족적이고 좋았었다.
첫번째 하숙집에는 2층엔 여자하숙생들과 주인집이 있었고, 1층엔 남자 하숙생들이 있었다. 두번째 하숙집은 그냥 일반 가정집이고 하숙하는 방도 세 개밖에 안되어서 같은 층에서 남자 하숙생들과 함께 생활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재밌는 시츄에이션. 화장실도 욕실도 하나밖에 없었는데 그래서 아침에 욕실 사용하려고 거실에서 기다렸던 기억도 난다. 그 중에 같은 학번인 남자 아이와는 첫번째 하숙집에서 만나서 두번째 하숙집까지 계속 같이 살았던-_- 터라 꽤 친하게 지냈었는데 지금은 아들딸 낳고 잘 살고 있겠지? 어떻게 지내는지 가끔 궁금하다.
아.. 이야기가 꽤 샛길로 새었는데 하여간 그 밥먹는 장면을 보면서 생각난 건 하숙집에서의 식사였다. 하숙생이 여러명이니 밥 먹을 땐 여럿이서 같은 먹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가끔 어떤 날은 사람들이 다 일이 있어 나가고 나와 남자 하숙생 한 명만 먹어야 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땐 정말 밥 먹는 게 고역이었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남자와 한 밥상에서 코를 맞대고 밥을 먹으려니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고 ㅎㅎ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참 재미었던 기억들만 난다. 경희대 의대 다니던 오빠가 한 명 있었는데 나랑 룸메이트 둘다 엄청나게 싫어했었다. 완전 마쵸였거던.. 여자는 집에서 살림이나 하라는둥, 이쁘면 그만이라는둥.. 물의를 빚는 말을 많이 했었는데 ㅋㅋ 지금은 잘 살고 있으려나? 내 룸메이트가 첫번째 하숙집에서 만났던 오빠를 꽤 오랫동안 짝사랑했었던 기억도 난다.
아.. 풋풋했던 우리의 젊은 날이여~~~ ㅎㅎ
그리고 소심님 블로그를 보다가 생각난 미학개론 교수님.
이름도 기억난다. 박성봉(이름이 두 개였는데 하나는 이거보다 정상적인 이름이었고-_- 이건 촌스러운 이름이라고 우리한테 가르쳐줬었는데 이게 더 기억이 남는다) 교수님. 나이가 40정도였나 그랬는데 아무리 봐도 30대로 보였고, 뒷머리 몇가닥이 항상 뻗쳐 있었는데 그것마저도 멋있어 보였다. 뿔데 안경을 쓰고, 하얀 얼굴에 마른 체형. 트렌치 코트를 즐겨 입었고 스타일리쉬하지는 않아도 뭔가 모르게 멋이 있었다. 그당시 배용준이 신인이었는데 딱 보고 배용준이 생각나더라. 덴마크던가 하여간 외국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우리를 가르치던 해에 한국에 왔는데 그래서인지 성적인 얘기도 서슴없이 해서 꽤 놀랐던 기억. (순수했던 우리 ㅎㅎ)
세 시간짜리 수업이었는데 항상 쉬는 시간도 없이 세 시간을 쭈욱 연강했다. 그래도 우리는 (그 당시 같이 다니던 우리과 친구들 몇명) 중간 쯤에 앉아서 정말 졸지도 않고 열심히 수업을 들었었다. 토론하고 발표하는 시간도 많았는데 항상 맨 앞에 앉아서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교수와 토론을 하던 여자 학생과 남자 학생도 생각난다.
그 여자학생한테 살짝 질투심을 느끼기도 했으나 난 결코 토론에 참가하지는 않았다 -_-;;;
이 수업은 재미도 있었거니와 시험도 없었다. 점수는 수업할 때 쓰던 노트를 내어 학점을 받았다. 난 A인가를 맞았던 기억이. 노트 한 구석에 실없는 농담을 써 두었는데(교수님 보라고 ㅎㅎ) 교수님이 그 얘기를 강의중에 하셔서 무지 기뻐했던 기억도 난다. 난 정말 그 당시 심각하게 한 가정을 깨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유부남과의 열애.. 뭐 이런거 ㅋㅋㅋㅋㅋ 그러나 뭐 멀리서 보고 인사 몇 번 한 거 외에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는 없었다 ㅠ.ㅠ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대학 시절 통털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교수님이다. (전공 교수님이 아니라니 이런..)
사실 오늘 온에어 볼라고 했는데 개표방송 때문에 결방이라는 걸 뒤늦게 알아버려서...
이렇게 시간을 때우고 있는 중 ㅎㅎㅎ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돌아올 수 없나~~~~
iris writing/di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