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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알게 되는 것

by 알쓰 2007. 10. 31.
30대 초반을 넘어서다 보니 이제 나도 나이가 먹을만큼 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드니 저절로 이해되는 것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몇 번 포스팅 할까 했었는데 생각난 김에 오늘 올려본다.
첫번째, '재미있어?" 라는 질문의 의미.
사회에 처음 나왔을 때, 어르신들을 가끔 뵈면 '재미있어?'라고 묻곤 하셨다. 난 그 때 정말 그 질문의 의미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턱대고 밑도 끝도 없이 '재미있어?'라니.. 목적어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은가! 그 땐 순진하게 '네? 뭐가요?' 하고 되물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살다 보니.. 그 생략된 목적어가 '사는게, 학교 생활이..' 등등의 의미라는 것을 체득하게 되었고, 이젠 나도 후배 선생님들에게 같은 질문을 종종 던지곤 한다. (요즘 친구들은 똑똑해서 그런지 잘 알아 듣더군. 나만 바보였던가...)
둘째, 나이를 말할 때 끝자리만 말하는 것.
이십대때 사람들이 나이를 물으면 '스물얼마요'하고 앞자리 뒷자리 다 얘기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런데 남들의 대답을 들어볼라치면 '여섯이요', '일곱이요'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였다. 엥? 다들 초딩이란 말이야? 왜 나이의 앞자리를 말하지 않는걸까.. 그 때는 나이를 그렇게 말하는 것이 정말 이상하기도 하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삼십줄에 들어서고 -_- 누군가 나이를 물었을 때, '셋이요.' 라고 말하고 있는 내자신을 발견했다... ;;
아... 이런 거였구나. 피차 앞자리는 다 아는 거니까 끝자리만 말하는 건가... 뭐 이런 생각이 들더라.
셋째, 직장 동료들을 '자기'라고 호칭하는 것.
처녀시절 근무할 때는 대부분이 손윗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선생님'이 내가 부를 수 있는 호칭의 전부였다. 그런데 텔레비전이나 주위 사람들을 보면 비슷한 연령대의 직장 동료들끼리, 그것도 같은 여자끼리 '자기'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 때까지만 해도 '자기'라는 호칭은 남녀사이의 연인끼리만 사용하는 호칭인 줄 알았던 나로서는 그 호칭이 너무나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심지어는 여자끼리 사귀나.. 하는 생각도.. --;;
그런데, 내가 선배의 자리가 되고 보니 마땅히 후배 선생님들을 친밀하게 부를 호칭이 없었다. '선생님!' 하기엔 너무 딱딱하고 이름을 부르기엔 너무 막 대하는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자기'라는 호칭을 사용하게 되더란 말쌈. 요즘은 이 호칭이 너무 입에 붙어서 옆반 총각 선생님한테도 이 호칭을 사용하다가 가끔 '아차!' 한다 -_-

뭐 이밖에도 몇 가지 있겠지만 일단은 여기까지밖에 생각이 안난다.
지금보다 나이가 더 들면 저절로 이해하는 것들이 더 많아지겠지.
그래서 우리가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존경해야 하는 것이다. 그분들의 지혜는 경험에서 체득된 것이므로.
(결론은 경로사상??? -_-)